영화소개 / / 2022. 10. 20. 21:25

나부야 나부야 (2018), 78년 노부부의 인생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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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1. 노부부의 마지막 7년의 기록

영화 《나부야 나부야》는 경상남도 하동 단천마을에서 78년간 살아온 노부부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애처가 이종수 할아버지와 웃음이 아름다운 김순규 할머니의 마지막 7년을 기록한 작품이다. 다큐멘터리스트 최정우 감독은 시니어 전문 PD”로 알려져 있다.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출연해서 만들어졌던 우리 동네 특파원을 시작으로, KBS 휴먼다큐 사노라면”, KBS 휴먼다큐 세상 사는 이야기등의 프로그램들을 맡으며, 시니어 전문 PD로 알려지게 되었다. 오랫동안 독립 PD 활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최정우 감독은 노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그분들에게 무엇인가를 해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분들의 삶을 방송이나 영화로 재조명하는 것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라 여겨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2. 봄이 좋은가, 가을이 좋은가

영화는 이종수 할아버지가 딸과 함께 단천마을 시골집에 방문하며 시작한다. 군산으로 가자는 딸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머니와 함께했던 시골집에서 살기를 고집한다. 딸은 이불을 말리며 눈물을 흘린다.

2012년 겨울. 73년을 함께 살아온 노부부의 집 부엌에서는 할아버지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느라 여념이 없다. 수건을 머리에 두른 할머니는 날씨도 추운데 얼른 들어오라고 말한다. 방 안으로 들어온 할아버지는 나이가 드니 어떻게 죽을지가 걱정이다. 93세의 연세에도 정정하신 할아버지는 열심히 책을 읽고 계신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책 읽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졸고 계신다. 다정하신 할아버지는 졸고 계신 할머니를 깨우며 이불을 깔아준다. 다음날 아침, 할아버지는 흰머리 성성한 할머니의 머리를 빗겨주신다.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밤새 사용했던 요강을 비우고, 투박한 부엌칼로 동태를 자르고 김치를 썬다. 옛날 시골 부엌은 너무나 춥다. 겨울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든 요리는 방 안에서 이루어진다. 단출한 밥상에도 두 노부부는 행복하다. 밥을 먹었던 밥그릇에 믹스커피를 타서 숭늉 마시듯 들이키는 노부부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건강하라고 말해준다. 할머니는 불편한 자신 때문에 설거지하고 빨래하는 할아버지가 안쓰럽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읍내에 나가 할머니의 꽃무늬 버선 두 켤레와 내복을 사 오신다.. 버선을 하나씩 나눠 신고 흐뭇하게 내려다보는 노부부는 오늘도 붕어빵 하나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어느 날 장난기가 발동한 할아버지는 눈을 꾹꾹 뭉쳐서 눈사람 두 개를 만든다. 하나는 할머니 꺼, 하나는 나란다. 이런 모습에 웃음이 터진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애들 같다며 즐거워한다. 항상 할머니 예쁘다는 말을 달고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가 늘 고맙다.

다시 봄이 왔다. 노부부는 마루에 걸터앉아 먼산을 바라본다. 오늘은 할아버지가 무슨 일이지 바쁘다. 뒷산에 올라가더니 무언가 열심히 깎고 계신 할아버지. 알고 보니 할머니의 비녀를 깎고 있다. 봄 햇살을 받으며 쭈그리고 앉아 있는 할머니에게 비녀를 선물한다. 흘러내리는 비녀 대신 나무 비녀를 만들어준 할아버지가 할머니는 고맙기만 하다.

두 개의 지팡이가 보인다. 한 개의 지팡이를 집어 든 할머니는 빨랫줄에 빨래를 걷으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가늘어진 다리로 부들거리며 호박넝쿨을 쳐대던 할머니. 간신히 빨래를 걷어온 할머니는 세월이 야속하다. 이후 이 장면이 영화의 포스터로 사용되었다.

다시 겨울이다. 여전히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계신 할아버지,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른다. 무심히 텔레비전을 쳐다보고 계신 할머니 옆에서, 일기를 쓰고 계시는 할아버지. 이 겨울에도 할머니는 여전히 머리에 수건을 쓰고 계신다. 고무통에 물도 얼어버렸고, 흘러내린 물은 고드름을 만들어 버렸다. 할아버지는 방 안에서 또 요리를 하신다. 어제 남은 된장찌개에 두부를 넣고 다신 끓인다.. 허리가 불편한 할아버지를 위해 할머니는 파스를 붙여주신다. 몸이 아프니 할아버지도 할머니에게 퉁명스럽다. 하지만, 다음날 할머니의 발톱을 깎고 계시는 할아버지, 잘 깎아줘서 고맙다는 할머니의 말에 흐트러진 머리까지 빗겨주신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지난봄에 만들어준 나무 비녀로 머리를 정리하신다. 이것이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이다.

영화는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할아버지는 멍한 표정으로 앉아계신다. 여름 비가 내린다. 다시 가을이 오고, 다시 겨울이 온다. 다시 또 봄. 할아버지는 여전히 두부 된장찌개에 식사를 하신다. 비가 오면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무언가를 회상한다. “영감 때문에 내가 산다, 이승에서 그랬듯이, 다음 생에서도 만나 잘살면 되지 않나라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갈 곳을 읽어버린 할아버지의 눈빛 속에 작은 나비 한 마리가 날아간다.

나부는 경상남도 하동지역의 사투리로 나비의 뜻이라고 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한 최정수 감독이 할아버지를 찾아갔을 때, 비 개인 마당으로 한 마리의 나비가 날아들었는데, 그 나비를 보고 할아버지는 “할마이, 할마이”하고 부르셨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지금의 영화 제목이라고 한다. 우리의 인생은 길지가 않다. 이 영화는 7년의 시간을 65분으로 압축해놓은 것인데, 이 영화를 통해 부부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현대인들은 부부를 어떤 의미로 생각하고 있을까! 젊어서는 그럭저럭 살았는데, 나이를 드니 정이 더 두터워진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부부는 서로에 대한 사랑보다는 관심과 배려로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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