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시 만난 두 배우
《밤에 우리 영혼은》은 켄트 하루프의 《밤에 우리 영혼은》을 원작으로 한다. 미국에서만 백만 부 이상이 팔리고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까지 올랐던 《플레인송》의 저자이기도 한 켄트 하루프가 2014년 71세로 타계하기 전 탈고한 마지막 소설로 그의 유작이기도 하다. 38년 만의 재회이자 다섯 번째 작품으로 다시 만나게 된 두 주인공 로버트 레드포드(루이스 워터스)와 제인 폰다(애디 무어)는 일찍 배우자를 잃고 혼자 살아가는 70대의 노인으로 출연하여 감동스러운 연기를 선사한다. 인도 출신의 리테쉬 바트라는 작가이자 감독으로 대표작으로 《런치박스, 2014》 《예감을 틀리지 않는다, 2017》 《포토그래프, 2019》 등이 있다. 영화 평점은 네이버 네티즌 점수는 9.40점이며, 로튼토마토 신선도 89%, 관객 점수 76%를 넘나드는 수작이다.
2. 그들의 대화가 시작된다.
어느 날 옆집의 애디 무어 부인이 루이스의 집 앞을 서성이더니 무언가를 결심한 듯 노크를 한다. 청혼은 아니지만 프러포즈 같은 엉뚱한 제한을 한다. 괜찮으면 우리 집에 와서 자고 갈래요? 무슨 일인가 싶겠지만 지독히 외로운 그녀가 밤을 견뎌보고자 생각해낸 방법이다. 루이스와 침대를 공유하자는 것으로 다른 무엇도 없이 서로에게 밤을 이길 상대가 되어주자는 것이다. 제안을 받아들인 루이스는 매일 밤 9시에 애디의 집을 찾아간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던 루이스는 뒷문으로 조용히 들어간다. 침대에 누워있는 두 사람은 이 상황이 어색하지만 이내 잠이 든다. 다음 날도 남들 눈치를 보며 뒷문으로 들어온 루이스에게 애디는 평생 남들 눈치를 보며 살았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다며 다음부터는 현관으로 다니라고 말해준다. 시어머니와 카페에서 만나는 친구들도 루이스와 애디의 관계를 모두 알게 된 눈치다. 루이스는 놀려대는 친구들이 기분 나쁘다고 말하지만, 애디는 언제든 알게 될 일이었다며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다음날 무슨 생각이었는지 시내에 가서 밥도 먹고 걷기도 하자는 루이스. 아마도 애디의 당당한 모습에 항상 다른 사람들 눈치만 살피는 자신이 부끄러웠는지도 모른다. 일부러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애디와 그 곁에서 걷고 있는 루이스. 모든 사람들이 신기하듯 쳐다보지만 개의치 않는다. 당당하게 행동해보니 괜찮은 거 같은 루이스는 은근히 즐기기까지 한다. 애디는 살며시 루이스의 팔짱을 끼며 여유롭게 걸어간다. 걱정이 많았던 그들의 데이트는 성공적으로 끝이 난다. 어느 날 애디의 아들이 찾아와 아내가 집을 나갔다며 자신의 아들 제이미를 돌봐달라고 부탁을 한다. 게임만 하며 외롭게 자란 제이미에게 루이스는 딸과 함께 조립하던 기차를 만들어주고, 산책도 하고, 강아지도 선물해준다. 제이미는 보니라는 이름도 지어준다. 침대에서의 그들은 서로가 없으면 허전할 정도로 자연스러워진다. 인생 이야기부터 사랑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은 마주 보고 누워서도 편안하다. 어느 날 캠핑을 떠난 그들. 제이미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로이스와 어머니와의 관계를 알게 된 아들 진은 젊은 시절 본인의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루이스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어머니가 사랑에 빠진 것이 화가 나기도 한다. 아들 진은 가고 싶지 않다는 제이미를 데리고 집으로 가버린다. 다시 둘이 된 루이스와 애니. 루이스는 브라운 팰리스로 며칠 여행을 다녀오자고 제안한다. 함께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춤을 추는 두 사람. 그들은 점점 더 서로에게 빠져들게 되고, 그날 밤 두 사람은 처음으로 하나가 된다. 길을 걷던 두 사람은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아닌 게 서운할 정도다. 하루를 조용히 보내고 밤에는 그녀와 대화하고 싶다는 루이스. 이제는 다른 사람의 눈치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 어느 날 쓰러진 애니. 한눈팔다가 쓰러졌다는 애니는 자신을 찾아온 루이스가 반갑지만 루이스에 대한 아들의 무례한 행동이 불쾌하다. 아들 진은 어머니가 자신에 집에 오기를 희망한다. 집을 나간 아내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제이미를 돌봐주길 바란다. 아들 진의 집에 방문한 애니는 진이 죽은 동생에게만 집중하는 사이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마음이 무거워진 애니는 집에 찾아온 루이스를 보내고 혼자 침대에 눕는다. 결국 애니는 아들 진의 집으로 떠나게 되고, 두 사람은 다시 혼자가 된다. 침대에 홀로 누운 루이스는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어느 날 커다란 소포가 애니에게 배달된다. 그곳에는 루이스가 보낸 핸드폰이 들어있다. 그들은 9시가 되면 핸드폰으로 다시 서로를 만난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두 사람은 다시 처음처럼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작한다.
3. 노년에는 자유를
노년에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선택해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크고 작은 의무들과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들은 노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많은 것을 버리고 포기하며 살아갈 것이다. 언젠가 노인이 되어 혼자가 된다면 루이스와 애니처럼 길고 긴 밤에 해주고 싶은 이야기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해질지도 모르겠다. 루이스와 애니는 용기가 필요한 선택을 하지만,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침해당하고, 그들의 선택이 누군가에게 이해를 받아야 된다는 것이 씁쓸한 결말이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 존중받길 바란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모범적으로 살아왔지만, 그동안 고독하고 외로웠던 세월이었다. 이제는 당당하게 이겨내고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 꺼라고 다짐하지만 또다시 좌절된다. 살아온 세월을 보면 누구나 후회하는 삶이 있다. 지나온 삶이고 지울 수도 없다. 미래의 모습은 지금과는 다르길 바라본다. 그리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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